이탈리아 여행 3일 차(베네치아, 부라노) 3/30
만약 베네치아 여행이 가을이었다면, 2일이 아닌 더 긴 일정으로 여행을 했을 것이다. 무라노 섬과 리도 섬과 가보지 못했던 미술관과 관광지들. 아이들의 컨디션을 고려하면 2일 정도의 여행은 딱 괜찮았다. 내가 2번이나 왔지만, 못 가본 곳들에 대해서 내가 아쉬운 마음이 들었을 뿐이다. 불편하고 많이 걸어야 하지만, 매력 있는 도시 베네치아.
1. 제목
① 아이들 : 기울어진 탑을 찾아라
② 아빠 : 알록달록 부라노섬 인생샷 찍기
2. 이탈리아 여행 일자 : 2024년 8월 16일 (금) - 3일 차
3. 여행 등장인물 : David, 건이, 겸이
4. 여행 장소 : 베네치아, 부라노 섬
5. 여행 동선
① 베네치아 - 부라노 섬 (왕복) : 30km (15km X 왕복, 편도 40분 소요)
② 부라노 섬 관광 (3km, 3시간)
③ 베네치아 도시 관광 (2km)
ⓣ Total : 약 35km 이동
6. 여행 이야기
아침부터 매우 분주했다. 부라노 섬부터 시작하는 오늘 일정을 잘 맞추기 위해서는 아침 식사 후 9시까지 바포레토 12번(배) F.te Nove A (A 승선장)에 갔어야 했었는데 시간이 아슬아슬할 것 같았다. 나는 여행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특히나 계획되어 있지 않은 지연으로 계획되어 있던 일정을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 자체를 정말 싫어하는 편이다. 어쩔 수 없이 지연이 발생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소화를 위하여 항상 노력했다.
어제 호텔 체크인을 할 때 조식을 3~4가지의 시간 선택지가 있었는데, 왜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인지 의아해하며 선택을 했었는데, 아침에 식당에 딱 들어오니 이해가 되었다. 식당 자체가 크지 않았는데 가족단위의 투숙객들이 많아서 쾌적한 식사를 위하여 시간대를 분리했던 것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직원분이 어떤 커피를 마실 것인지 확인했는데 대부분은 선택지가 3가지였다. 에스프레소, 라테, 카푸치노. 나는 대부분은 에스프레소였다. 주문은 '운 카페 플리즈'이면 충분했다. 아메리카노는 커피머신이 있는 숙소에서만 가능했다. 3~4가지의 햄과 치즈, 시리얼, 빵, 에그스크램블, 요거트로 채워진 중간 수준의 단촐한 조식이었는데. 아이들은 첫 미니 뷔페 조식에 매우 반가워하며 다양한 음식을 흡입했다. 베이컨과 햄이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맛있었는지 여러 번을 가져다 먹었고, 한국 우유보다 더 진한 맛의 우유는 입맛에 맞았는지 많이도 마셨다.
날씨가 좋지 않을 경우 시내를 둘러볼 요량에 선박 승차권을 구입하지 않았어서, 다급한 걸음으로 바로 선착장으로 갔다. 승차권이 없어서 걱정을 했지만, 대기줄에서 대기할 때 선박업체 직원이 티켓 구입 여부를 확인하고서 탑승 후에 선원으로부터 티켓을 구입해서 무리 없이 부라노 섬으로 갈 수 있었다. 아마도 티켓을 산다고 허둥지둥 대다 선박을 놓치고 30분은 더 기다려야 했었는데 아침부터 일진이 좋았다.
마쪼르보(Mazzorbo) 섬을 지나 부라노 섬(Burano)에 9시 30분에 도착을 했다. 선착장 주변은 아직 이른 아침인지 오픈하지 않은 상점들이 많았고, 섬 주민들도 천천히 하루를 시작하는지 섬이 고요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중심부로 이동을 했지만, 우리는 바다를 보며 섬 가장자리를 돌고서 중심부로 들어가기로 했다. 책과 영상물들에서 봤던 그 알록달록하게 보였던 집들이 소박하고 앙증 맞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아직 다 깨어나지 않은 섬사람들을 위해서 최대한 조용하게 움직이며, 여러 색색으로 칠해진 집들의 벽에서 사진을 찍었다. 부라노 섬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은 6, 9분할의 인생사진을 찍는데, 우리도 함께 도전해 보기로 했다. 작은 골목골목을 돌며, 이쁜 색상의 벽과 새로운 색의 벽이 나오면 아이들은 자동으로 벽에 섰다. 햇빛이 너무 강렬해서 웃음을 짓기가 힘든 것을 빼놓고는 즐겁게 사진을 찍으며 부라노섬을 구경했다.
원색으로 칠해진 집들은 자칫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인도와 운하들과 잘 어우러져 매우 조화롭고 이뻤다. 시간이 지나자 많은 관광객들이 부라노 섬에 유입되면서, 섬은 조금씩 소음과 함께 활기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우리는 지도도 보지 않고 골목을 탐방하며 부라노 섬 관광을 즐겼다. 그러던 도중 내 눈이 잘못된 것인지 저 멀리에 기울어진 것 같은 탑이 보였다. 우리는 여행 책자에는 없었던 미확인 건축물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하여 그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중요한 건축물인데 왜 여행책자에 없었을까?' 하며 의문을 가지고 탑을 향해서 골목골목을 지나 걸어갔다. 11시가 넘어가자 햇볕은 본격적으로 뜨거워지기 시작했고, 모자를 챙기지 않고 숙소를 나온 것을 후회했다. 높은 건물들이 없어서 햇빛이 가려지지 않았고, 우리는 이 날부터 본격적으로 피부가 타기 시작했다. 어떤 똑똑한 비둘기는 수돗가에서 떨어지는 물을 이용해서 머리를 씻고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Campanile di San Martino : 산 마르티노 교회 탑 (부라노 섬의 기울어진 탑)
이 탑은 산 마르티노 교회와 연결되어 있고, 교회의 일부로서 12세기에 건축되었고, 이루 여러 차례 재건과 수리를 거쳤다고 합니다. 부라노섬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며 높이는 53미터라고 합니다. 부라노섬을 안내하는 책자에 대부분 들어있는 사진에 보였었는데, 기울어졌다는 정보는 어디에도 없어서 부라노 섬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약 2도 정도 기울어져 있지만, 피사의 사탑만큼 기울어져 있지는 않았으나 사탑(기울어진 탑)은 맞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기울어졌다고 하는데, 불안정한 지반 위에 건설되었다거나, 건물의 구조적인 문제로 시간이 지나서 변했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물로 어느 정도의 갈증은 치유가 되었으나, 너무나도 강렬한 햇볕은 아이들을 금방 지치게 했다. 아이들에게 더위를 날려줄 수 있는 것이 필요했는데, 젤라토로 에너지를 충족해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상점에 들어갔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 보니 그 선택은 정답에 가깝지 않다고 우리는 판단하고서, 슬러시 같은 샤베트를 마시며 상점 앞 그늘 아래의 의자에 앉아서 잠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휴식을 취했다.
우리 가족은 특별한 종교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관광을 하다가 성당이 보이면 들어가서 성당을 구경하고 각자 자신만의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도를 하기로 했다. 이탈리아의 성당들은 대부분 너무 멋지고 아름다웠으며, 아이들은 기도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 적이 없었지만, 각자의 방법으로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고서 경건하게 기도를 했다.
부라노 섬의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골목들은 고요했고, 많은 집들이 빈집이지는 않을까 의구심도 들었지만, 집 앞의 작은 정원들은 대부분 정돈이 되어있었고, 2층의 창문 밖으로 널려 있는 빨래들은 단순히 관광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 외에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증거였다. 각 집에는 각기 다른 모양의 작은 타일이나 돌에 집의 주소인 호수가 표기 되어있었는데, 관리를 열심히 하는 집과 관리를 잘하지 않는 집의 외관의 모습이 뚜렷하게 차이가 났다.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계획상으로는 15개 전후의 도시를 여행할 예정이었는데, 가능할 경우 여행하는 동네의 특징이 확연히 드러나거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마그네틱을 구입하기로 했었는데, 부라노섬에서는 알록달록한 집들의 모양이 있는 마그넷을 구입했다.
곳곳에 보트(자가용)들이 운하에 있었는데, 베네치아처럼 보트로 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주유소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졌다. 베네치아에서도 몰라서 안 보였던 것인지 주유소를 본 적이 없었다. 섬 생활이 궁금한 것이 많았었다.
3시간 정도의 부라노 섬 관광 이후 아이들은 배꼽시계가 울리는지 배가 고프다고 징징대기 시작했다. 힘든 것은 잘 참지만 배고픔을 참지 못하는 둘째는 눈이 풀리기 시작했다. 본 섬으로 복귀 후 호텔 근처의 테이크 아웃 전문 파스타집에서 각자 먹고 싶은 파스타를 골라서 호텔방에서 먹었는데 각자 선택한 파스타들이 특유의 맛으로 우리를 만족시켰다. 각자 서로 자기가 고른 것이 제일 맛나다고 우기며 침대에 걸터앉아서 맛있게 먹었다. 이런 식당들은 특별히 잘하는 단순한 메뉴 구성에서 소스와 면만을 선택하고 기호에 맞게 추가 치즈를 넣어서 자신만의 커스텀 파스타를 먹을 수 있는데, 실패할 확률이 현저히 낮아진다는 점이 장점이다.
아이들은 식사 후 시차와 배부름과 더위와 피로로 인해서 초등학교 입학 후에는 거의 하지 않았던 3시간의 낮잠을 잤고, 정말 고단했는지 엄청난 소리의 코를 골기 시작했다.
저녁에는 자다가 일어난 아이들과 책에서 봤던 해산물 튀김, 꼬치 요리를 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많은 줄이 서 있는 가게들도 있었는데, 기대를 잔뜩 했지만 기대치를 충족하는 맛은 아니었다. 항상 맛이 있을 수는 없지만 처음 먹는 해산물 요리였는데, 기대가 잔뜩 들었었는데,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베네치아의 여기저기 골목을 다니면서 정말 어떻게 자전거도 없고 작은 다리들이 잔뜩 있는 이 도시에서 어떻게 생활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처럼 5톤 트럭으로 이사는 상상도 안되고, 큰 냉장고나 가전제품들 운반도 상상이 가지 않았다. 정말 재미있는 도시이다.
낮잠을 많이 잤던 아이들 덕분에 저녁 11시가 넘어서 리알토 다리 주변 골목골목을 돌아다녔는데, 아이들은 이탈리아가 벌써 자기네 집이 된 듯한 느낌으로 자유롭게 골목골목을 돌아다녔다. 더위가 조금 날아간 저녁의 베네치아는 노란 불빛과 진한 초록색의 운하와 남색으로 바뀌고 있는 하늘이 건축물들과 어우러져 아름다웠고, 인적이 없는 리알토 다리에서 한동안 멍하니 도시의 움직임을 바라보았다.
늦은 저녁에 숙소로 돌아와서는 가수 아이유의 12년 전에 발매되었던 '하루 끝'의 뮤직비디오를 보여줬는데, 이 뮤직비디오의 배경이 부라노섬인데, 아이들은 오늘 자신들이 걸었던 거리가 음악과 함께 흐르는 모습을 보고 굉장히 좋아했다. "형 아 여기 오늘 가봤잖아, 여기도 걸었었는데. 여기도" 둘째는 형에게 연신 말하며 즐거워했다.
보통의 유럽의 바닷가 마을들이 원색이나 줄무늬로 이루어진 집들로 이루어진 곳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언제, 어디서 정확하게 본 것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정말 맑고 파란색의 하늘에 원색으로 이루어진 마을이 부라노 섬이라고 들었었고, 너무나 이뻐서 가보고 싶었었는데, 아이들과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과 책으로 본 것보다 더 아름다웠다.
7. 여행 경비
내용 | 유로 | 원화 | 비고 |
배 (선임) | € 57.0 | ₩ 85,500 | € 9.5 X 3명 X 2 (왕복) |
점심 식사 | € 30.5 | ₩ 45,750 | We love Italy, 파스타 |
저녁 식사 | € 25.2 | ₩ 37,800 | 해산물 |
샤베트와 음료 | € 11.5 | ₩ 17,250 | 부라노섬 |
마트 (사탕류) | € 9.1 | ₩ 13,650 | 물 포함 |
맥주 | € 4 | ₩ 6,000 | |
물 | € 2.5 | ₩ 3,750 | |
호텔 1박 | ₩ 237,539 | 2/2 | |
호텔 도시세 | € 6 | ₩ 9,000 | |
마그네틱 | € 3 | ₩ 4,500 | 부라노섬 |
합계 | ₩ 461,739 |
■ 참고
- 베네치아는 다른 도시보다 확실히 물가가 조금 비싸다.
① 선복 이용 : € 9.5 (바포레토 1회권) 개시 후 75분까지 유효함, 1일권 (€ 25), 2일권(€ 35) 등 다양함
- 자신의 일정에 맞추어 다회권을 구매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음
② 점심식사
- We love Italy Fresh Pasta Venice - Rialto
- ★4.4, 개인적으로 아이들이 너무 맛있게 먹어서 추천
③ 아이유 '하루 끝' 뮤직비디오를 보면 부라노 섬에 가고 싶어진다.
- 3일차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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