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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여행

이탈리아 한 달 여행 11일 (돌로미티, 미수리나 호수)

by Mr. Donaldson 2025. 6. 10.

이탈리아 한 달 여행 11일 차 (돌로미티, 미수리나 호수) 11일/30일

 

  돌로미티에서 대자연을 느껴보기 위해서, 아이들과 같이 산에도 올라가고 멋진 풍경들을 보며 힐링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후에는 살면서 느껴보지 못했던 공포를 느꼈고, 예상밖의 숙소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수영을 할 수 있는 숙소여서 좋았고, 맛있는 오스트리아 + 이탈리아 식사로 기분을 환기시킬 수 있어서 좋은 날이었습니다.

 

 

 

24. 8. 24 이탈리아 돌로미티 미수리나 호수에서 본 트리치메
24. 8. 24 이탈리아 돌로미티 미수리나 호수에서 본 트리치메 방향

 

 

 

 

1.  제목

① 아이들 : 미수리나 호수와 수영장이 있는 호텔

② 아빠 : 미주리나 호수와 공포의 절벽 도로

 

 

2. 이탈리아 여행 일자 : 2024년 8월 24일 (토) - 11일 차

 

3. 여행 등장인물 : 아빠, 엄마, 건이, 겸이

 

4. 여행 장소 : 돌로미티, 미주리나 호수, 친퀘토리, 볼차노

 

5. 여행 동선

① 호텔 - 미주리나 호수 (7km)

② 미주리나 호수 - 코르티나 담페초 마을 (15km)

③ 코르티나 담페초 마을 - 파소 지아우 - 카나제이 마을 - 볼차노 숙소 (116 km)

ⓣ Total : 143km (렌터카 138km, 도보 5km)

 

24. 8. 24 이탈리아 돌로미티 이동 경로 (코르티나 담페초 ~ 볼차노)
24. 8. 24 이탈리아 돌로미티 이동 경로 (코르티나 담페초 ~ 볼차노)

 

 

 

6. 여행기

 

어렸을 때에는 대부분 이층 침대에 대한 로망이 있다. 나도 그랬지만 이층침대는 대학생 때에 기숙사에서 사용해 본 것 말고는 없었다. 침대에서 자고 일어나면 항상 몸이 찌뿌둥해서 침대를 선호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이층 침대를 원했으나, 아내가 사주지 않아서, 여행으로 인한 숙소에 머물 때에 간간히 이층 침대가 있을 때에는 서로 이층에서 잠을 자겠다고 서로 자신들이 자야 한다는 당위성을 설명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큰 아이가 컸다고 대인배의 면모를 보여줬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둘째가 2층에서 자고 있었다. 고약한 잠버릇을 가진 둘째는 잘 굴러다녔는데, 다행히도 간밤에 떨어지지 않고서 잘 잔듯했다.

 

새벽에 수많은 별들을 보고 싶어서 중간에 깨어 창문을 열고 테라스로 나갔는데, 구름 가득한 하늘에서 약한 비까지 내려서 별을 전혀 볼 수가 없었다. 

 

아침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맑은 하늘을 뽐내고 있었다. 트레치메와 가까웠던 호텔은 트레치메 사진들이 많이 걸려있었다.

 

■ 트레치메 (트리치메 _ Tre cime di Lavaredo)
- 세 개의 봉우리 (치마 피콜라 Cima Piccola, 치마 그란데 Cima Grande, 치마 오베스트 Cima Ovest)가 나란히 서 있음
- 치마 피콜라 2,857m, 치마 그란데 2,999m, 치마 오베스트 2,973m
- 트레킹 하면 세 개의 봉우리와 주변의 암벽, 고산 초원, 호수를 감상할 수 있는 돌로미티 여행의 핵심 장소 중 한 곳

 

 

큰 아이는 처음으로 토스트를 굽는다고 기뻐했는데,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식빵은 다 타버리고 말았다. 다양한 빵과 과일로 잔뜩 배를 채우고 호텔을 나와 트치메로 향했다. 

 

 

 

24. 8. 24 이탈리아 돌로미티 2일차 조식 태워먹은 빵 (찍어달라고 함)
24. 8. 24 이탈리아 돌로미티 2일차 조식 태워먹은 빵 (찍어달라고 함)

 

 

 

약간은 늦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트레치메가 가까워질수록 도로의 차량들의 속도가 줄어들고 있었고, 결국에는 차가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고, 트레치메로 가는 길은 이미 주차장도 꽉 차서 올라갈 수가 없게 되었다. 장시간의 기다림을 갖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기다림은 곧 재미가 없는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아내와 나는 바로 계획을 변경했다. 근처의 호수 하나를 구경하고서, 볼차노의 숙소로 가는 길에 멋진 곳에서 멈춰서 가볍게 하이킹을 하기로 결정했다. 아내가 여행 안내서에서 보고서 가고 싶다고 한 호수가 있었다. 천식센터가 있는 미수리나 호수였는데, 트리치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미수리나 호수는 탁트여진 넓은 호수였는데, 많은 산들로 둘러싸여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돌산들은 구름에 가려졌다가 보였다가 했는데, 마치 영화에서 모험을 떠나야 할 것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가만히 있어도 평화로운 호수는 우리에게 휴식을 권유하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호숫가에 앉아서 조용히 오리 가족들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고, 나와 아내는 호수 옆 테이블에 앉아 조용히 경치를 구경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처럼 아름다운 곳에 있으면, 스트레스 없이 마음의 평화와 사랑과 감사가 가득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식센터가 왜 이곳에 있는지 수긍이 갔다. 한 시간여를 쉬면서 보내다가 호수 입구 쪽으로 갔다. 그곳에는 노를 저어야 하는 2인용 작은 배와 발로 페달을 밟아 구동하는 4인용 배들이 있었는데, 우리는 4인용 배를 골라서 탑승을 했다. €15유로, 생각보다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우리가 큰 호수를 전세 낸 것처럼 호수의 구석구석을 구경하며 다녔다. 오리가 있는 곳으로 가기도 하고 산책로 주변으로 가면서 호수를 만끽했다. 나중에 우리가 배를 반납할 때쯤에는 많은 배들이 미수리나 호수를 떠다니고 있었다.

 

 

 

24. 8. 24 이탈리아 돌로미티 미수리나 호수 (천식센터)
24. 8. 24 이탈리아 돌로미티 미수리나 호수 (천식센터)

 

 

 

24. 8. 24 이탈리아 돌로미티 미수리나 호수
24. 8. 24 이탈리아 돌로미티 미수리나 호수 (오리들과 이야기 중)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돌로미티 관광은 최초 계획이 완전하게 짜인 이후에 추가된 곳으로 기존 일정을 비집고 들어갔어서 2일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나중에 둘째가 조금 더 커지게 되면, 3일 이상으로 다시 와도 좋을 것 같다. 

 

호수를 떠나 코르티나 담페초 마을로 가서 먹을거리를 사기로 했다. 일방통행길을 내비게이션에 의지해서 좁은 골목골목을 지나서 작은 마트에 도착했다. 작은 마트였지만, 수많은 와인들이 가득한 와인코너는 나에게 너무 아름답고 부러운 공간이었다. 눈이 휘둥그레졌고, 가격이 너무나 좋은 이탈리아 와인들이 나를 엄청나게 유혹을 했다. 지역별로 다양한 와인들이 저렴한 가격에 판매가 되고 있었다. 1L에 3천 원 정도인 팩와인들과 250ml 3개에 약 2,500원 정도 하는 팩 와인은 정말 너무 매력적이었고, 맛이 궁금해서 구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담페초 마을은 사람들로 북적거렸지만, 아름다웠다. 

 

 

 

24. 8. 24 이탈리아 돌로미티 마트 팩 와인
24. 8. 24 이탈리아 돌로미티 마트 팩 와인 (2,500원에 1L, 너무 좋아서 자주 사마셨다.)

 

 

 

Passo di Giau(파소 디 지아우) 지역(Nuvolau, Monte Pore, Averau)이 어제 지날 때에도 멋있었고, 도로 양옆에 주차를 해 놓고 사람들이 산에 오르는 모습을 기억하고 이곳을 우리의 하이킹 장소로 결정했었다. 솔직히 정말 멋진 곳인 줄은 몰랐다. 사람들이 많이 주차한 것을 보고 일정상, 경로상 선택한 것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갔는데, 결론적으로는 돌로미티에서 360도로 주변을 다 볼 수 있는 멋진 장소였다.

공공 주차장은 이미 만차였고, 양방향의 2차선 도로의 옆 좁은 공간들도 몇 백 미터의 갓길이 이미 주차장이 되어있었고, 20여분의 눈치 싸움 끝에 겨우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주차하는 동안에 차들은 빠졌다가 들어갔다가를 반복했다. 차들이 안 움직이는 경우도 있고 오랫동안 기다리기도 했는데, 한국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 경적소리가 끊임없이 울렸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는데, 우리가 그곳에 머무는 동안 단 한 번의 경적소리를 듣지 못했다. 우리는 돌로미티의 아주 작은 부분 밖에 구경하지 않았지만, 이곳은 우리가 지나쳐온 곳 중에서 가장 많은 차들이 있던 곳이었고, 수많은 캠핑카가 주차가 되어 있을 정도로 경치가 좋았던 곳 같았다. 주차한 이후 높은 곳으로 그냥 올라갔는데,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탁 트인 곳에 오르고 나니 주변을 둘러보다 감탄을 했다. 너무 멋진 광경에 숨이 멎는 것 같았다. 한 여름이었지만, 차가운 바람과 낮은 기온은 우리가 갑자기 완전하게 다른 곳으로 여행을 온 느낌을 주었다. 산 너머 산이라는 광경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세상 높은 곳에 올라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정말 푸르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광경과 그 뒤편으로 누군가가 조각을 해 놓은 것 같은 돌산들의 멋진 모습에 그 자체가 감동이었다. 해발 2,000에는 처음이었는데 흥에 겨워 좋은 감정들이 몸을 가득 채운 것 같았다. 큰 아이는 팔을 흔들며 그곳에서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작은 아이는 아내 옆에 찰싹 붙어서 재잘거리며, 돌로미티를 즐기고 있었다. 카메라와 사진기에도 다 담을 수 없는 멋진 경치를 둘러놓고 우리는 코나드(마트)에서 구입한 치킨 한 마리를 꺼내 닭다리를 뜯었다. 둘째가 너무 배가 고프다고 말해서 갑자기 음식을 먹게 되었는데, 주변에서도 삼삼오오 모여서 음식을 먹으며 경치를 즐기고 있었다. 

 

 

■ Passo di Giau (파소 지아우)
- 유명한 고산 도로로 돌로미티 산맥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음
- 29개의 급커브와 3개의 터널이 있음
- 360도의 파노라마 뷰를 볼 수가 있으며, 돌로미티의 대표적인 Nuvolau, Monte Pore, Averau, Cinque Torri 등 산봉우리들을 볼 수 있음
- 다양한 난이도의 트레일 코스가 있음
- 많은 사람들이 돌로미티에서 손꼽는 장소 중 하나임

 

 

 

24. 8 .24 이탈리아 돌로미티 파소 지아우
24. 8 .24 이탈리아 돌로미티 파소 지아우

 

 

 

24. 8 .24 이탈리아 돌로미티 파소 지아우
24. 8 .24 이탈리아 돌로미티 파소 지아우

 

 

24. 8 .24 이탈리아 돌로미티 파소 지아우
24. 8 .24 이탈리아 돌로미티 파소 지아우

 

 

 

이탈리아 돌로미티 파소 지아우 (Passo Giau) 구글 어스 사용 _ 여행전에 구글어스를 이용해보세요.
이탈리아 돌로미티 파소 지아우 (Passo Giau) 구글 어스 사용 _ 여행전에 구글어스를 이용해보세요.

 

 

 

관광객들은 대부분 멋진 풍경에 즐거워하며, 감탄, 감동하면서 행복한 표정과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40년 이상 살면서 여행하며 경치를 보고서 제대로 행복함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와서 이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음에 대해서, 그리고 내 인생에 대해서 감사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하는 순간에는 체력이나 피곤함을 생각하면서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고는 그 시간이 끝나고 나면, 긴장감과 집중력이 낮아지는 그 순간, 몰려오는 피로감에 쓰러지고 만다. 아이들은 산에서 내려오자마자 자동차에 탑승 후 바로 골아 덜어졌다. 우리는 숙소로 가는 도중 잠깐의 휴식을 위하여 카나제이 마을에 들렀다. 작고 조용한 마을에서 작은 마트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홀로 미식 여행 중인 둘째는 엄마의 합류 이후 1일 1 젤라토를 먹지 못해서 입을 삐죽거리고 있었는데, 아이스크림으로 구겨진 마음을 달래주었다. 항상 돈을 내야 하는 주차장에만 주차를 했었는데, 1시간 무료 주차가 되는 공영주차장에 '파킹디스크'를 맞추고 사용을 해봤다. 주차요금을 결제하는 기계도 사람도 없었는데, 이용금액을 누가 결제해 주는지는 모르겠지만, 경찰들이 주차장에 자주 다녀갔다. 

 

미주리나 호수에서는 주차비용을 결제하는 기계에 카드 결제 오류가 발생했었다. 많은 사람들이 결제에 애를 먹고, 황금 같은 시간을 날리고 있었다. 대부분의 주차 요금 정산기는 자동차 번호판과 시간을 입력하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진행을 할 수 있는데, 결제 부분에서 막히게 되면 다른 시도를 하다가 답답하고 시간을 잡아먹고 뒤사람들의 눈치가 보이고 화가 나게 된다. 이탈리아 여행기간 동안 종종 카드결제가 안 되는 주차요금 정산기들을 만났었는데, 이럴 때에는 현금 특히 동전을 이용하면 문제없이 진행이 되었다. 

 

 

24. 8. 24 이탈리아 돌로미티 _ 주차장 (9시 ~ 19시, 최대 1시간 무료,이후 1시간 1유로)
24. 8. 24 이탈리아 돌로미티 _ 주차장 (9시 ~ 19시, 최대 1시간 무료,이후 1시간 1유로)

 

 

24. 8. 24 이탈리아 돌로미티 미수리나 호수 주차장 정산기 (선불, 동전 이용함)
24. 8. 24 이탈리아 돌로미티 미수리나 호수 주차장 정산기 (선불, 동전 이용함)

 

 

 

카나제이 마을을 출발해서 볼차노 인근의 숙소로 가는 길은 정말 내 인생에서 가장 무서운 도로였다. 숙소를 예약할 때에도 뜬금없이 산 중턱에 있는 모양이었고, 인터넷 지도로 보았을 때에는 높은 곳에 있고, 꼬불 꼬불한 고갯길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운전면허를 따고서 운전을 한지도 20년이나 되었고, 일본, 미국에서도 렌테카를 운전해 본 나로서도 처음 겪는 공포였다. 볼차노 북쪽의 운테리네 호프(Panoramahotel Unterinnerhof)라는 숙소로 가는 길은 험난이라는 말로도 설명이 부족했다. 공포와 추락의 아찔함이 느껴지는 도로였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직전에, 상반기에 와인학원을 다니면서 배웠던, '이탈리아 트렌티노 알토 아디제' 지역의 와인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곳이 그 주변이었고, 산 경사면을 타고서 있는 수많은 포도밭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이 그 포도밭에 붙은 경사면의 도로로 안내를 하기 시작했다. 바로 옆의 절벽을 보면서 넓지 않은 왕복 2차선의 도로를 올라가는 운전은 너무 무서웠다. 절벽 옆 도로의 가드레일은 운전석에 앉아서 운전하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낮아서, 난간이 없는 도로를 운전하는 느낌이었다. 난 고소공포증이 없었고, 점프력에 자신이 있는 나는 어려을 때부터 많이 뛰어내리고 점프하고 높은 곳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다. 놀이동산의 어떠한 롤러코스터도 무섭지 않았고, 즐겁게 즐겼다. 하지만, 이 도로를 운전하면서 고소공포증이 생겨버렸다. 운전하고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온몸의 신경과 피부세포 하나하나까지 숨 쉬는 느낌이었고, 등골이 오싹하고 머리가 쭈뼛쭈뼛해진 상태로 겨우 호텔에 도착했다. 정말 공포감이 가득했었다. 돌로미티 지역에서 가장, 아니 내 인생에서 가장 무서운 운전이었다. 

 

 

24. 8. 24 이탈리아 돌로미티 숙소로 가는길 (Panoramahotel Unterinnerhof, 구글 어스 캡쳐) _ 실제는 100배는 더 무서웠다. 경사면은 대부분 포도밭
24. 8. 24 이탈리아 돌로미티 숙소로 가는길 (Panoramahotel Unterinnerhof, 구글 어스 캡쳐) _ 실제는 100배는 더 무서웠다. 경사면은 대부분 포도밭

 

 

 

이 숙소가 있던 지역은 이전에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제국의 일부였으며, 주민 대부분이 독일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산악 지역이라서 언어와 문화가 오랫동안 고립되고 보존되어 왔는데, 1919년 1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이탈리아군이 점령해서 이탈리아의 일부가 되었는데, 아직도 이 지역은 독일어가 제1언어로 사용된다고 한다. 나는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 시간이 지나고 뭔가 이상해서 핸드폰으로 찾아보고서 알았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는데 딱 봐도 이탈리아 사람 같지 않고 독일사람의 느낌이 나는 금발의 여성 2명이 우리를 맞았다. 체크인을 하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가 예약한 방이 이미 다른 관광객에게 주어졌다고 했고, 다른 방을 제공한다고 했는데, 방 열쇠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지, 벼랑 끝 운전으로 신경이 곤두서있는 나에게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었다. 직원들로 보이는 2명이 추가적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열쇠를 찾으러 다니고 있었는데, 저녁이 되어 아이들은 배가 고프다고 하고, 무거운 짐 가방을 들고서 온 우리는 높은 피로감에 스멀스멀 화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갑자기 영어와 독일어를 섞어서 말하더니, 나중에는 알 수 없는 독일어로 말을 했다. 처음에 여권을 주자, 처음 듣는 이야기가 '재팬', '차이나', '노쓰코리아'로 시작되는데 아시아인이 정말 드물게 관광하는 지역이라서 우리 가족을 신기해했었다. 20여분이 지났을까?, 내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려고 할 때 호텔 오너의 아들로 보이는 남자 직원이 열쇠를 가져다줬고, 지하 같은 아래의 방으로 내려갔다. 복도는 불이 꺼져있어, 지나갈 때 벽을 더듬어 켜야 했다. 지하인 줄 알았는데, 실제는 1층이었고, 숙소가 높은 고도에 있어서 서늘하면서도 습도가 있었고 숙소에서 습기 냄새가 가득했다. 

 

이번 여행을 계획할 때에 이탈리아의 무더위를 알기 때문에 에어컨이 있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서 숙소를 예약했었는데, 돌로미티의 숙소 2곳만 에어컨이 없었다. 산속인 데다가 고도가 높아서 더위보다는 겨울의 추위를 위하여 라디에이터를 이용한 난방이 더 중요한 동네였다. 하지만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에어컨이었다. 습도도 제어가 안되는데 모기도 있었고, 꿉꿉함이 가득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좁았다. 이 숙소를 예약한 이유 중의 하나는 수영을 좋아하는 두 아이들을 위해서였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방과 서비스에 대한 실망감으로 다른 식당을 찾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수영장에서 오래간만에 물놀이에 대한 즐거움으로 신나게 수영을 하며 놀았다. 수영장 옆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던 내 귀로 또다시 '노쓰 코리아' 사우스 코리아'등의 단어와 독일어가 들리며 조롱하며 웃는 웃음소리를 들었다. 조롱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다. 기분 탓이었을 수도 있는데, 호텔 2층의 식당에서 수영장의 우리 아이들을 바라보며 백인 남성들이 떠들며 웃고 있었는데 기분이 너무 좋지 않았다. 지연된 체크인, 습기가 가득한 좁은 방, 조롱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불편했던 웃음들, 운전으로 인해서 날카로워졌던 기분에 기름을 부어졌다. 아이들의 수영을 끝내고 행복한 얼굴을 하자, 기분이 조금 풀어졌지만 이 숙소의 식당을 가고 싶지는 않았다. 멀지 않은 곳에 평가가 좋은 식당으로 갔다. 인도가 없는 그 절벽 도로를 타고서, 산 위에서 내려오는 자동차를 피하면서 조심스럽게 식당으로 갔다. 이 식당의 놀라운 후기들은 우리가 반드시 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역시 독일스러운 이름인 Buschenschank Neuhauser라는 식당이었다. 

 

 

24. 8. 24 이탈리아 돌로미티 숙소 수영장에서
24. 8. 24 이탈리아 돌로미티 숙소 수영장에서

 

 

 

사과나무 길을 따라서 식당에 들어갔을 때에는 이미 대가족의 파티와 같은 저녁식사가 식당 앞마당에서 진행 중이었다. 'Buschenschank'는 와인주점이라는 말로써 Renon 지역의 농가 숙박으로 식당을 같이 운영하는 남티롤 전통 스타일의 숙박업소였다. 레스토랑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지는 않았는데, 예정에도 없는 가족이 와서 밥을 먹는다고 하니, 모든 음식은 되지 않지만 일부 종류의 음식은 가능하다고 하였다. 역시 주인 부부는 독일사람의 느낌이었고, 독일어와 이탈리아어로 말을 하셨는데, 영어는 거의 통하지 않았고, 핸드폰의 번역기와 리뷰 사진들로 주문을 했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큰 그네와 미니 축구 게임 오락기를 이용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멍하니 있으니 기분이 조금씩 가라앉는 듯했다. 음식이 나왔다. 리뷰들의 있던 사진과 동일한 음식이 나왔는데,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는 내가 살면서 먹어본 파스타 중에서 가장 맛있었고, 시금치가 들어있는 라비올리와 햄이 들어있는 얇은 빵도 소박하지만 너무나 맛있었다. 꽃과 나무가 가득했던 이 식당에서 따뜻함이 가득한 주인 부부의 서비스는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줬다. 식사가 끝나고 다시 숙소로 돌아올 때쯤 하늘의 노을이 먼 산너머로 사라졌고, 다시 산속의 칠흑 같은 밤이 되었다. 숙소 앞에는 할머니와 호텔 사모님이 앉아있었는데 우리를 보고 정감 있는 표정으로 웃고 있었고, 맛있는 식사로 부터오는 포만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그러진 기분으로 방으로 들어갔다. 

 

볼차노 북쪽 높은 곳에 위치한 이 숙소는 정말 빼어난 자연경관을 보여줬지만, 밤새 모기와 더위와 습함으로 인하여 쾌적한 밤을 보낼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 없었다면 그냥 그러려니 했을 텐데, 이미 모기와 무더위에 조금씩 피로가 누적되고 지쳐가는 아이들을 보니 아직 남은 20일 정도의 여행이 조금 걱정이 되었고, 계속 뒤척거리며 잠을 들 수가 없었다.

 

 

 

24. 8. 24 이탈리아 돌로미티 저녁 식사 식당에서 음식을 기다리며
24. 8. 24 이탈리아 돌로미티 저녁 식사 식당에서 음식을 기다리며

 

 

 

24. 8. 24 이탈리아 돌로미티 저녁 식사 식당 메뉴판 (독일어, 이탈리아어)
24. 8. 24 이탈리아 돌로미티 저녁 식사 식당 메뉴판 (독일어, 이탈리아어)

 

 

24. 8. 24 이탈리아 돌로미티 저녁식사 메뉴들
24. 8. 24 이탈리아 돌로미티 저녁식사 메뉴들

 

 

 

 

7. 사용비용

내용 유로 원화 비고
주차비 € 4 ₩ 6,000 미수리나 호수 2시간
보트 € 15 ₩ 22,500 4인 페달 보트 1대 (60분)
점심식사 € 18 ₩ 27,000 Conad city 구입
저녁식사 € 40 ₩ 60,000 € 10 라비올리, 알리오 올리오
숙소   ₩ 254,379 1박
합계   ₩ 369,879 (환율 : ₩1,500/€)

 

 

 

 

8. 주요 정보

 

■ 트레치메 (Tre Cime)

https://maps.app.goo.gl/tyvw3TToDk7nbpPJ7

 

Tre Cime di Lavaredo · 32041 Auronzo di Cadore, Province of Belluno, 이탈리아

★★★★★ · 국립공원

www.google.com

 

■ 미수리나 호수 (Lago di Misurina)

https://maps.app.goo.gl/AKsMEjnxpVh3AQ6k9

 

미수리나 호수 · 32041 Auronzo di Cadore, 벨루노 이탈리아

★★★★★ · 호수

www.google.com

 

■ 파소 지아우 (Passo di Giau)

https://maps.app.goo.gl/dE4azuW5QLnZrJvz5

 

기아우 패스 · 32046 San Vito di Cadore, 벨루노 이탈리아

★★★★★ · 산길

www.google.com

 

■ 저녁 식당 (Neuhauser Buschenschank)

https://maps.app.goo.gl/xQMD3DwtyAe6DMWR9

 

Neuhauser · Str. Laste Alte, 1, 39054 Auna di Sotto BZ, 이탈리아

★★★★★ · 음식점

www.google.com

 


 

24년 이탈리아 여행 일정
24년 이탈리아 여행 일정

 

 

2025.06.10 - [이탈리아 여행] - 이탈리아 한 달 여행 11일 _ 아이들의 여행 (돌로미티, 미수리나 호수)

 

이탈리아 한 달 여행 11일 _ 아이들의 여행 (돌로미티, 미수리나 호수)

이탈리아 11일 차 _ 아이들의 여행 (돌로미티, 미수리나 호수)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은 생각보다 대자연이 그렇게 낭만적이고 감동적인 것 같지 않습니다. 그냥 "와~~!" 하는 탄성은 내뱉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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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01 - [이탈리아 여행] - 이탈리아 여행 기록 (그 여름의 한 달 동안의 여행)

 

이탈리아 여행 기록 (그 여름의 한 달 동안의 여행)

이탈리아 여행 일정 (2024년 여름 한 달 동안의 여행)   ① 제목 : 그 여름의 이탈리아 (가제) ② 전체 여행 일정 (29박 30일) - 24년 8월 14일 (수) 출발 (1일) - 24년 9월 12일 (목) 도착 (30일)  ③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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